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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볶는 마을
[커피칸타타] 프라페, 아포가토, 니트로커피, 콜드브루

‘시원한’ 커피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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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서 에스프레소, 리스트레토, 룽고, 카푸치노, 카페라테, 마키아토, 비엔나커피 등 카페메뉴의 명칭에 대해 살펴봤습니다(https://www.cafein21.co.kr/roasting/3692). 에스프레소가 달달한 설탕과 부드러운 우유를 만나고 나라별 문화와 환경을 반영해 커피메뉴가 다양하게 발전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아이스 커피메뉴에 대해 살펴봅니다.

지난 호에서 비엔나커피를 설명해주셨는데 정작 빈(비엔나)에는 ‘비엔나커피’가 없다면서요?

빈에서 아인슈페너(Einspänner)로 부른다는 건 저번에 이야기했지요. 이를 좀 더 설명하면 아인슈페너는 독일어로 ‘말 한 마리가 끄는 마차’인데, 아인슈페너는 마부들이 마시는 커피라는 의미입니다. 마차를 몰면서 커피를 마시면 커피가 쏟아지니 생크림을 올려 흘림을 막으려던 것에서 유래한 것이죠.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물동이에 바가지를 올려 머리에 이었던 것처럼 말이죠.

그리스에서 시작된 ‘프라페’

생활의 지혜네요. 이번에는 아이스 커피메뉴를 다뤄보도록 하지요. 여름철뿐 아니라 ‘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커피)’라는 말처럼 한겨울에도 아이스커피를 찾는 커피애호가들이 많습니다.

먼저 아이스커피는 ‘프라페(Frappe)’라고도 합니다. 프랑스 말로 ‘얼음으로 차갑게 한’이라는 뜻입니다. 1950년대 그리스에서 시작되었는데, 인스턴트커피에 얼음, 설탕을 넣어 흔들어 마신 것에서 유래되었습니다.

프라페
프라페

‘프라푸치노’라는 말도 많이 나오는데 이건 프라페와 카푸치노의 합성어인가요?

그렇습니다. 프라푸치노(Frappuccino)는 1992년 미국 보스턴 ‘커피 커넥션(Coffee Connection)’이 개발한 커피메뉴였습니다. 미국 스페셜티커피를 상징하는 조지 하웰(George Howell)이 대표였는데, 그는 1999년 브라질 등 커피산지에서 시작한 컵 오브 엑셀런스(Cup of Excellence)를 창립하기도 했습니다. 스타벅스가 1994년 커피커넥션의 23개 점포와 프라푸치노 사용권을 약 230억 원에 인수했고, 스타벅스의 대표 메뉴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이탈리아식 아이스커피는 무엇일지 궁금한데요?

샤커레토(Shakerrato)입니다. 샤커레토는 이탈리아어로 ‘흔들다’는 뜻인데요. 에스프레소에 얼음, 설탕을 넣고 충분히 흔들면 에스프레소처럼 아래는 커피, 위는 크레마가 층을 이룹니다.

이탈리아는 ‘젤라또’로 유명하잖아요. 아이스크림처럼 생긴 젤라또에 커피를 부어 마시는 것도 있지요?

아포가토(Affogato)입니다. 아포가토는 이탈리아어로 ‘끼얹다, 빠지다’는 뜻입니다. ‘젤라또에 에스프레소를 붓는 것이냐? 에스프레소에 젤라또를 넣는 것이냐’는 논란(?)이 있는데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인데, 아무려나 상관없지 않을까요.

아포가토
아포가토

젤라또와 아이스크림의 차이는 뭘까요?

15세기 후반 피렌체 출신 건축가이자 요리광이었던 베르나르도 부온탈렌티(Bernardo Buontalenti; 1531-1608)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메디치 가문을 방문하는 스페인 국왕 만찬을 위해 내놓은 디저트였죠. 젤라또는 ‘얼린, 냉동된’이라는 뜻으로, 달걀, 꿀, 설탕, 소금(녹는점을 낮추는 역할)을 이용해 크림을 만들고, 여기에 베르가못, 레몬, 오렌지 즙으로 상큼하게 맛을 더한 것입니다.

아이스크림(Ice cream)은 1770년 이탈리아 이민자들에 의해 미국에서 탄생했습니다. 처닝(Churning: 냉동하면서 빠르게 저어 주어 공기를 주입해 부피를 늘리는 것) 정도에 따라 100%이면 아이스크림, 30% 정도면 젤라또로 구분됩니다.

젤라또이던 아이스크림이던 취향에 맞게 아포가토를 즐기시면 됩니다. 단 젤라또가 아이스크림보다 농밀해 상대적으로 잘 녹지 않지요.

흑맥주를 닮은 커피

어느 카페에 가니 흑맥주처럼 생긴 메뉴가 눈에 띄던데….

추출된 커피에 질소가스를 주입해 거품을 만든 니트로(Nitro; 질소) 커피입니다. 실제 생맥주에는 청량감을 주는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질소도 사용됩니다. 이산화탄소만으로는 케그(Keg; 맥주통)에서 관을 거쳐 상단의 탭으로 맥주를 밀어올리기에 충분한 압력을 만들기 쉽지 않기 때문이죠. 반면 질소는 상대적으로 물에 잘 녹지 않아 충분한 압력을 만들어 주고, 그 압력 덕분에 탄산가스가 고운 거품을 만들게 됩니다.

이 때문에 니트로 커피는 검은 빛, 거품은 황금빛을 띠어 흑맥주 같지요. 거품이 주는 물리적 촉감, 거품이 공간을 차지하는 희석효과로 커피가 부드럽습니다. 해외에서 ‘커피 스타우트(Coffee Stout)’라고 해서 맥주처럼 병에 팔기도 합니다. 이거 마시고 운전? 당연히 술이 아니니 할 수 있습니다.

니트로 커피
니트로 커피

니트로 커피는 언제 등장했나요.

1999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시작한 스텀프타운 커피(Stumptown coffee)에서 첫선을 보였습니다. 2013년에는 캔맥주 형태로 ‘니트로 콜드브루 커피’도 출시했습니다. 모양은 흑맥주와 비슷하고 알코올은 없으니 대중화에 유리해 니트로 커피는 앞으로도 더 진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이스 커피메뉴 하면 콜드브루를 빼놓을 수 없겠죠. 편의점마다 콜드브루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되었습니다.

콜드브루(Cold Brew)는 찬물로 오랜 시간 동안 커피성분을 추출한 것입니다. 국내는 인스턴트커피처럼 손쉽게 즉석에서 따 마실 수 있는 제품이 활성화된 반면 미국은 아침에 즐겨 마시는 드립이나 아메리카노를 대체할 기세로 콜드브루가 가정에 파고들고 있어요. 때문에 쉽게 콜드브루를 추출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습니다.

콜드브루 방식은 일본식과 미국식이 있는데요. 일본식은 한 방울씩 찬물을 떨어뜨려 추출하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미국식은 ‘토디(Toddy) 방식’으로 불리는데 찬물에 커피를 한꺼번에 담가놓고 추출합니다. 공기오염에 더 노출되는 일본식보다 위생적일 수 있지만 맛이 너무 강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콜드브루의 오염은 공기 중 오염보다는 추출하고 난 뒤 커피가 담긴 도구나 커피를 다루는 사람의 손에 의한 오염이 더 문제라 할 수 있어요.

콜드브루
콜드브루

‘청량한 변신’은 계속된다

그럼 가정에서 콜드브루 커피를 만들어 마실 때 어떻게 하면 좀 더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요?

우선 본인의 청결이 중요하고, 도구도 청결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추출한 커피를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보관하고, 되도록 빨리 마시는 게 좋습니다. 하나 덧붙인다면 콜드브루는 오래 숙성해 마시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라는 겁니다. 빨리 마실수록 보다 풍성하고 부드러운 본연의 향기를 즐길 수 있답니다.

뜨거운 물로 내려먹는 일반 드립커피나 에스프레소를 기본으로 한 커피 음료와 비교해서 콜드브루 맛은 어떤가요?

맛은 기호의 문제이고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입니다. 개성이지요. 그럼에도 콜드브루의 맛을 말씀드려보면 체온으로 입안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향미가 입안에서 피어나는 느낌입니다. 또한 지방산의 추출이 적어 ‘속이 편한 커피’라 할 수 있습니다. 모닝커피뿐 아니라 저녁 커피로도 좋습니다.

시원함을 더하기 위해 탄산가스를 넣는 커피도 있다면서요?

포르투갈에서는 커피에 레몬과 탄산가스를 넣는 ‘마자그란(mazagran)’이 인기 청량음료입니다. 커피에 코크(콜라)를 넣은 ‘커피콕’은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지요. 이처럼 콜드브루, 니트로커피뿐 아니라 커피가 다양하게 변신하고 있고,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지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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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가정에서 아이스커피를 맛있게 만드는 팁이 있다면요.

추출되는 커피 액이 바로 얼음에 닿도록 용기에 미리 얼음을 담아 놓고 추출하는 것입니다. 얼음이 향기가 공기 중으로 날아가지 않도록 잡아둬 더 풍성한 향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잔도 폭이 좁고 길면 얼음이 층층이 쌓여 더 시원함을 주고, 실제 손바닥과 닿는 면적이 작아져 시원함을 오래 유지할 수 있어요.

 

글. 커피비평가협회(www.ccacoff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