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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볶는 마을
맛있는 커피를 찾는 모험, 추출

무슨 커피 뽑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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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출(抽出)은 영어로 ‘extraction’이라 표현되는데 커피산업에서는 커피 원두에서 원하는 성분을 분리해내는 작업을 의미한다. 즉 최상의 맛이 표현될 수 있도록 로스팅한 원두를 적당한 크기로 분쇄한 뒤 물이나 기구를 이용해 원두 속의 원하는 성분을 뽑아내는 작업이 곧 추출이다. 커피 추출과정 역시 좋은 생두를 선별하고 로스팅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작업인 것은 분명하며, 로스팅을 직접 할 수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오히려 가장 현실적으로 접근해볼 수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양질의 생두와 적절한 로스팅이 전제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전제로부터 출발하는 추출 작업은 맛을 새로 창조해 낸다기보다는 ‘원하는 맛을 꺼내는’ 과정이라고 하는 편이 더욱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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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출방법에 따라 맛과 향 달라져

커피의 맛과 향기를 향미(香味, flavor)라고 하는데 향미는 분쇄된 커피 가루가 물과 접촉할 때 녹아나오는 수많은 화합물질에 의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뜨거운 물은 로스팅 커피 원두에 들어 있는 가용성 향미의 80% 정도를 추출하며 이를 통해 향기(aroma), 맛(taste), 색깔(color), 중후함(body) 등 커피의 특성이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 커피 원두에 뜨거운 물이나 수증기가 닿으면 좋은 성분이나 향기, 상큼한 맛, 달콤한 맛 등이 먼저 추출되고, 떫은맛이나 쓴맛 등의 좋지 않은 성분은 천천히 추출되는 데 각각의 성분들이 저마다 다른 속도로 반응하기 때문에 추출방법에 따라 커피 맛 역시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과학적 원리를 통해 커피 추출과정을 간단히 설명하면 분쇄한 커피 입자 속으로 물이 스며들도록 해 원두 속에서 물에 녹는 가용성 성분을 용해·분리해내고, 이렇게 용출된 성분들을 물로 씻어내 모으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향미의 농도와 로스팅 원두가 물에 녹는 비율, 즉 추출 수율의 균형이 잘 맞아야 좋은 커피가 얻어진다.

가장 선호되는 커피의 향미 농도는 1.15∼1.35%이며 농도가 1.0% 이하이면 맛이 약하고 1.5% 이상이면 조화를 이루기 힘든 강한 맛이 난다. 추출 수율은 18∼22% 정도가 가장 선호된다. 추출 수율이 16% 이하로 떨어지면 향미가 조화되지 않으며 풋내가 나고 24% 이상이 되면 과도한 성분이 추출되어 쓰고 떫은맛의 커피가 된다. 이렇듯 커피 추출과정의 핵심은 커피원두와 물의 비율 그리고 온도를 잘 선택해 추출액의 농도와 수율을 조절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추출된 커피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 중의 하나는 커피와 물의 비율이다. 일반적으로 좋은 커피를 추출하기 위한 최적의 비율은 물 1리터에 볶은 커피 50∼60g으로 알려져 있다. 초심자들 중에는 연한 커피를 만들기 위해 한 잔당(150㎖) 3∼5g의 볶은 커피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사실 이것은 추출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연한 커피를 추출할 때도 커피와 물의 비율은 일정하게 지켜져야 하며 추출한 커피를 연하게 마시고 싶을 때는 끓인 물을 더해 희석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만일 비율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적은 양의 커피를 정량의 물로 추출하면 균형감을 잃어 향기가 없고 쓴맛이 나는 커피가 돼버린다.

침지식과 투과식, 내 입맛엔 어떤 게 맞을까

커피의 추출 방법은 크게 침지식(浸漬式)과 투과식(透過式) 등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침지식은 투과 방식에 비해 더 오래된 초기 방식의 추출법인데 적당한 크기로 분쇄한 원두 가루를 용기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내거나 찬물에 넣어 가열함으로써 커피 성분을 뽑아내는 방식을 말한다. 침지식에는 우리기, 달이기, 삼출하기, 진공여과하기 등의 방법이 사용되는데 터키식 커피를 제외하고는 보통 찌꺼기를 걸러내고 커피 추출액만을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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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지식 커피

⦁ 우리기: 용기 안에 뜨거운 물과 커피 가루를 넣어 커피 성분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프렌치 프레스(French press)나 커피 비긴(Coffee biggin) 같은 도구를 활용하기도 한다.

⦁ 달이기: 터키식 커피처럼 커피 원두나 커피가루를 용기 안에 넣고 물을 부어 펄펄 끓여내어 커피 성분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보일링 방식이라고도 부른다.

⦁ 삼출하기: 모카포트처럼처럼 추출 용기 안에 담긴 바스켓에 커피가루를 직접 넣고 이 사이로 뜨거운 물을 통과시킨 후 추출된 커피액이 관을 타고 다시 올라가 커피가 삼출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 진공여과하기: 용기 안에서 가열된 수증기가 증기압에 의해 위로 올라가 커피 가루와 섞이도록 하고, 물이 되어 다시 하부로 내려오도록 해서 추출액을 모으는 방식이며 일명 ‘사이폰 커피’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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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투과식은 분쇄된 원두 가루가 담긴 필터를 물이 통과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커피 성분을 추출한다. 드립커피와 가압식 에스프레소가 여기 해당되는데 우리말로 ‘거르기’라 표현되는 것처럼 커피 원두 사이를 물이나 수증기가 통과하는 과정에서 침전물이나 입자를 걸러내는 방식이다. 이렇게 모아진 추출액은 침지식과는 또 다른 커피의 맛을 표현해낸다.

 

● 투과식 커피

⦁ 드립 여과하기: 커피메이커나 핸드드립이 여기 해당하며 추출 용기 안에 커피 가루에 뜨거운 물을 한번 통과시켜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 가압 추출하기: 2∼10기압의 압력을 가해 커피 가루 사이를 물이 빠르게 통과하도록 해 단시간에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모카 포트 등의 방법이 여기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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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통제 어려운 침지식보다 투과식 더 선호

일반적으로 침지식은 커피성분, 즉 향미가 지나치게 많이 추출될 수 있으며 어지간한 전문가가 아니라면 기술적으로 이를 통제하기가 쉽지 않아 투과식보다 좋은 맛을 내기가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침지식이라고 해도 추출 경험이 많은 경우에는 얼마든지 투과식 못지않은 맛을 표현해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커피 기호에 따라 원하는 향미를 추출할 수 있느냐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렇게 추출 타입이 달라지면 추출 방법이나 추출 기구를 맞춰 원두의 입자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추출 시간이 길면 입도가 굵고, 짧을수록 가늘어지는데 입자가 낮은 순으로 정리하면 에스프레소 0.3∼0.01mm, 프렌치 프레스용 0.5mm, 드립용 0.5∼1.0mm, 프렌치프레스용 1.0mm 이상이 적당하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한 잔의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은 ‘커피를 찾는 모험’에 비유할 수 있다. 지금껏 미지의 영역이었지만 커피추출 과정의 어디쯤에는 분명 우리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큼 맛있는 커피가 기다리고 있다. 추출이라는 미지의 숲에 한 발을 들여놓는 순간, 우리 역시 커피라는 신세계에 그만큼 더 가까이 다가간 셈이다.

글 / 김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