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카페人  
커피 볶는 마을
프라이팬을 이용한 홈 로스팅

커피의 신맛, 쓴맛을 좌우하는 로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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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지에서 건조를 마친 생두는 품질 하락을 염려하지 않고 최대 수년 동안 보존할 수 있다. 하지만 커피를 한 잔의 음료로 만들기 위해서는 생두를 가열하여 볶는 ‘로스팅(Roasting)’을 거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로스팅은 커피 생두에 열을 가해 원두의 내부조직에 물리적,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이므로 좋은 품종의 원두를 선택하는 것 못지않게 커피의 맛과 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커피의 시고 쓴맛을 조절하는 작업이 주로 이 로스팅 과정에서 이뤄진다. 커피애호가일 수록 자신이 원하는 원두 품종을 골라 직접 원두를 볶는 홈 로스팅(自家焙畑)에 집착하는 것도 자신의 입맛에 딱 맞는 상태의 원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홈로스팅은 프라이팬이나 둥근 냄비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홈로스팅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원하는 원두의 로스팅 단계가 어느 정도인지를 결정해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렵게 볶아낸 커피 맛이 자신의 기호와 완전히 달라져 홈로스팅을 시도하는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3단계로 구분한 커피의 로스팅 단계

커피 원두의 특성을 잘 알고, 로스팅 경험이 많은 전문가일 수록 각각의 단계를 더욱 세분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처음 홈로스팅에 도전하는 초심자들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3단계 로스팅 단계로 구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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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 단계를 좀더 세분화하면 8단계로 나눌 수 있다. 그린빈, 라이트 로스팅, 시나몬 로스팅, 미디엄 로스팅, 하이 로스팅, 시티 로스팅, 풀 시티 로스팅, 이탈리안 로스팅 등 단계별 원두 상태를 보여주는 사진

 

● 연하게 볶기 (Light Roasting, 약배전)

원두를 볶아 놓으면 시나몬이나 연한 초콜릿색이 나기 때문에 시나몬 로스트(Cinnamon Roast)또는 하프시티 로스트(Half City Roast)라 부르기도 한다. 로스팅 시간이 짧기 때문에 표면에 오일 성분이 덜하고 신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원두를 캔 포장해 상품화할 때 이 방법을 쓰지만 만족스런 향미를 낼 수 없어 고급 원두를 로스팅할 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

 

● 중간 볶기 (Medium Roasting, 중배전)

라이트 로스트보다는 진하지만 역시 갈색에 가까우며 표면의 오일성분이 적어 건조한 편이다. 이 방법은 휘발되기 쉬운 미묘한 풍미까지 살리는 장점이 있어 아침식사에 곁들이거나 우유나 설탕을 넣어 마시는 연한 커피를 만들 때 편리하다. 주로 미국인들이 선호하기 때문에 ‘아메리칸 로스트(American Roast)’라고 불리기도 하며 현재 미국의 커피점에서 판매되는 로스팅 원두의 대부분이 이 단계로 로스팅되어 있다.

 

● 진하게 볶기 (Dark Roasting, 강배전)

원두에서 추출된 오일이 표면을 가열해 짙은 황갈색으로 변하는 단계이며 오일 때문에 약간의 광택도 난다. 신맛과 쓴맛이 조화를 이뤄 풍미가 좋은 커피에 적합하며, 열에 오래 노출되었기 때문에 카페인 함량도 가장 적은 편이다. 주로 에소프레소나 에스프레소 음료를 만드는데 쓰이지만 미디엄 로스팅처럼 맛의 섬세한 부분까지 표현하기는 어렵다.

이밖에도 다크 로스팅보다 더 진하게 볶는 프랑스식(French Roasting)이나 이탈리아식(Espresso Roasting)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으나 초심자들은 더 많은 경험을 쌓은 뒤에나 도전해볼 수 있는 전문 영역이다. 또한 이런 정도의 진한 로스팅은 원두의 다양성이 불에 약화되므로 원두의 형태나 맛을 쉽게 구분해내기 어려운 단점이 있어 질 낮은 원두를 에스프레소용으로 로스팅할 때가 아니면 초심자들에게 권하지 않는다.

로스팅 강도가 낮으면 커피 고유의 특징인 상큼한 신맛이 많이 표현되고, 반대로 로스팅 강도가 높으면 쓴맛이 많이 난다는 것이 원두를 다루는 상식이다. 이처럼 커피 맛은 로스팅 시간과 관계가 있으며 연하게 볶을수록 커피 원액의 밀도가 가벼워지고, 강하게 볶으면 커피 본연의 맛은 깊어지는 반면 잡미가 섞일 염려가 있기 때문에 기호에 맞춰 미리 로스팅 단계를 결정한 후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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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프라이팬을 이용한 홈로스팅

가정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로스팅 도구는 후라이팬, 전자레인지, 가스레인지, 오븐, 팝콘기계 등으로 다양하다. 또한 얼마 전 한 TV프로그램에 소개되어 화제가 되었던 것처럼 머리를 말리는 헤어드라이어 하나로도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로스팅을 할 수 있다. 이번호에서는 가장 간단한 가정용 프라이팬을 이용한 로스팅 방법을 소개한다.

 

● 준비물 : 생두 100g, 나무숟가락, 체(철제 거름망), 목장갑, 행주

1. 이물질이나 겉모양이 좋지 않은 생두를 제거한 후 상태가 양호한 생두만 프라이팬에 넣고 약한 불에 골고루 저어가며 볶아준다.

2. 몇 분이 지나면 원두의 변화가 시작된다. 생두에 함유된 수분이 부풀어 오르면서 ‘툭툭’ 터지는 소리가 나고 약한 갈색이 보이기 시작하며 조금 더 지나면 담갈색을 띄게 된다. 초심자라면 원두가 조금 더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이 단계에서 불을 꺼버리면 풋내가 많이 나고 신맛도 강하기 때문이다.

3. 조금 더 볶아주면 팝콘처럼 프라이팬에서 커피 원두가 튀기 시작하며 색깔도 완연한 갈색이 된다. 연한 커피를 원하면 이 단계에서 커피를 꺼내면 되고, 보다 진한 커피를 만들려면 조금 더 짙은 갈색이 날 때까지 계속 볶아준다.

4. 원하는 색으로 볶아진 커피를 꺼내 체(거름망)에 넣고 가볍게 흔들어 ‘공기냉각’을 시켜준다. 그 다음 행주 위에 원두를 쏟아 붓고 목장갑을 낀 손바닥으로 비벼준다. 이렇게 하면 로스팅 중 벗겨진 실버 스킨(Silver Skin)이 제거된다.

로스팅 원두는 공기와 접촉하지 않도록 밀봉보관

다른 기구를 사용할 때도 로스팅의 단계를 결정하는 방법은 비슷하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자신이 원하는 맛을 낼 수는 없겠지만 홈로스팅은 경험이 쌓일 수록 자신의 기호에 딱 맞는 원두를 직접 제조할 수 있어 커피애호가라면 한번쯤 도전해볼 만한 가치있는 작업이다. 홈로스팅에 익숙해지면 그때부터는 자신의 선호하는 생두의 원산지와 브랜드에도 많은 관심을 쏟게 된다. 로스팅을 통해 이끌어 낼 수 있는 생두 하나 하나의 맛과 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로스팅을 끝낸 원두는 일단 한번 공기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신선도와 향이 약 2주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따라서 로스팅 원두를 보관할 때는 가급적 공기와의 접촉이 차단되는 유리병, 플라스틱통 등 밀폐용기에 담아 두는 것이 좋다. 또한 열기가 직접 닿는 주방이나 습기가 많은 곳, 물기가 닿기 쉬운 장소를 피해 보관해야 한다.

 

글 |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