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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볶는 마을
[ 커피향미를 찾아서 ⑯ ]

‘커피건강론’에 대한 유익한 해석

커피가 몸에 좋다는 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생두 자체가 좋아야 하고 같은 품질의 커피라고 해도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되레 해가 될 수도 있다. 커피 음용이 특정 질병을 예방하고 심지어 중병 치료 효과까지 나타냈다는 소식이 종종 전해지지만, 어떻게 하면 그런 효과를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된 것을 찾기 힘들다. 커피 역시 ‘과유불급’이라는 덕목을 피해갈 수 없다. 심각한 질환뿐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커피를 건강하게 즐기는 방법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커피와 관련해 최근 눈길을 끄는 것은 서울대 의과대학팀이 33만 명을 상대로 분석한 코호트(Cohort) 연구결과이다. 서구인을 상대로 커피의 유용성을 조사한 그동안의 연구와 달리 한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동양인만을 추적, 관찰해 도출한 결과라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렇지만 코호트는 ‘특정 기간 동안 공통된 특성이나 경험을 갖는 사용자 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코호트 연구는 집단의 행동과 결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한다. 따라서 그 결과를 마치 임상실험처럼 커피가 특정 질병에 명확한 약효를 발휘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연관성과 인과관계는 다르다

연구팀은 “하루 1잔 이상∼3잔 미만 커피를 마시는 남성은 커피를 안 마시는 사람보다 사망위험이 2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커피를 하루 3잔 이상∼5잔 미만, 5잔 이상 마시는 사람도 사망위험이 각각 24%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의 경우에도 하루 커피 섭취량에 따라 20%에서 최고 35%까지 사망위험 감소 효과를 보였다. 특정 질환에 대한 커피 음용 효과를 살펴보니 암 사망률이 남성 15%, 여성 19% 줄어들었고, 심혈관질환 사망률도 각각 27%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 결과를 커피를 마시면 수명이 늘어나는 것으로 확대해석해선 안 된다. 아울러 모든 커피가 몸에 좋을 것이라고 믿고 품질이나 유형을 따지지 않은 채 무작정 커피를 자주 마시려 한다면 화를 자초할 수 있다.

코호트 분석은 인과관계가 아니라 연관성만을 살핀다는 측면에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내용을 살펴보면, 커피에 들어 있는 클로로겐산을 비롯한 폴리페놀 성분이 항산화, 항염증, 항당뇨 효과를 발휘한 것은 서구인을 상대로 한 기존 연구들과 결과가 같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커피인지에 대한 분석이 빠진 점이 찜찜하다. 대체로 유사한 내용의 연구발표에서는 커피의 건강효과가 우유와 설탕을 탄 커피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부연설명을 하는데, 이번의 경우에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연구팀은 분석대상이 된 커피는 아무것도 섞지 않는 원두커피라고 언급했다. 이른바 ‘믹스커피’가 같은 효과를 낼지에 대해서는 더 살펴봐야 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프렌치 패러독스, 믹스커피 패러독스

이 대목은 40여 년 전인 1980년대 와인계에서 벌어진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를 떠오르게 한다. 동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프랑스, 미국, 영국인을 상대로 대규모 역학조사를 벌였는데 프랑스인이 심장병으로 인해 숨질 위험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식사를 하고도 심장계 질환의 사망률이 낮은 모순적인 결과에 언론들이 ‘프렌치 패러독스’라 보도하자 와인 판매량이 순식간에 4배나 폭증했다.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와인이 몸에 좋다는 뉴스들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와인을 파는 측에서 뒷돈을 대 ‘와인 만능주의’를 조장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불길처럼 타오르던 와인과 건강 관련 정보들은 한참 뒤에야 잦아들었다. 프랑스인들이 알코올로 인한 질병 및 사고로 사망하는 비율이 두드러지게 높다는 사실이 뒤늦게 조명되면서 와인을 자제하자는 여론이 형성된 덕분이었다. 게다가 포도껍질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이 동맥경화를 촉진하는 펩타이드의 생산을 억제함으로써 심장병 예방 효과를 낸다는 구체적인 실험결과가 나와 와인을 마시지 않더라도 폴리페놀을 섭취하면 된다는 사실을 대중이 깨우치게 된 것이다.

설탕과 크림을 함께 넣은 믹스커피도 사망위험을 줄여준다고 받아들여 마구 마신다면 프렌치 패러독스의 부작용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른바 ‘믹스커피 패러독스’가 유행하기라도 한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커피가 건강에 좋다는 거의 모든 연구결과의 전제는 원두커피처럼 설탕과 크림을 넣지 않은 순수한 커피 추출액이다.

커피애호가들로서는 커피 효과가 커질수록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류의 건강과 관련한 사안인 만큼 있을지 모를 위험을 의식해 한 발 뒤로 떨어져 조심스럽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유익하지 않을까.

 

 

커피 효과,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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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커피가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

“술을 마시기만 하면 커피가 구미를 당긴다”면서 자판기나 커피전문점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를 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소용이 없다거나 탈수를 촉진해 되레 좋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이 이뇨기능을 통해 아세트알데히드를 비롯한 알코올 대사물질을 체외로 배출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문제는 탈수현상이다. 알코올 자체가 몸에서 물을 빼내는 작용을 한다. 콩팥에서 분비되는 항이뇨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한다. 이렇게 되면 콩팥에서 방광으로 빠져나가는 수분을 다시 거둬들이는 양이 줄어들면서 인체에는 수분부족 현상이 발생한다. 이 같은 사실을 잘 아는 커피애호가들 중 애주가들은 숙취해소에 커피를 지혜롭게 활용한다. 카페인이 이뇨작용을 통해 축적되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보다 용이하게 배출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일단 커피를 ‘해장용’으로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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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고 운동을 하면 살을 더 잘 뺄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설탕과 크림이 담긴 커피는 되레 체중을 불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2. 커피가 다이어트에 유익하다?

카페인이 단기간의 식욕을 억제하고 신진대사를 증가시키므로 체중증가를 방지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이 체중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킨다는 확실한 근거는 아직 없다. 카페인 섭취가 과하면 혈압증가, 구토, 불안함, 불면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우유와 설탕이 들어간 커피는 칼로리와 지방 함량이 높아 체중을 염두에 둔다면 섭취를 자제하는 게 좋다.

 

3. 커피 마시면 뼈가 약해진다?

카페인이 소장에서의 칼슘 흡수를 방해하고, 신장의 이뇨작용을 촉진해 소변으로 칼슘을 배출하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한다. 통상 아메리카노 커피 1잔당 칼슘 6mg이 손실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커피로 인한 이 정도의 손실은 우유 3스푼으로 보충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골다공증만을 우려해 여러 모로 건강 증진에 유익한 커피를 금기시하는 태도는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골다공증 환자로 판정이 됐다면 칼슘 조달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칼슘을 보충하는 동시에 카페인과 탄산음료를 자제해 체내 칼슘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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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커피 열매만을 가려낸 커피가 건강에 유익하다. 벌레 먹거나 덜 익은 체리에서 나온 커피는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4. 커피가 탈모를 부추긴다?

카페인이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변형체인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가 증가되고, DHT가 모낭을 공격해 탈모를 부추긴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카페인 하루 섭취량을 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카페인이 혈관을 좁게 만들어 효소와 호르몬의 이동을 방해하고 독소가 쌓임으로써 탈모를 악화시킨다는 말도 돌지만, 이에 대해선 우려가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많다. 커피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과도하게 분비된 인슐린이 혈당의 일정 부분을 지방으로 만들어 혈관에 부담을 줌으로써 머리카락을 쉽게 빠지게 만든다는 견해도 있다. 또 커피가 혈액부족을 유발시켜 모발생성을 억제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주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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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에 들어 있는 씨앗이 얼마나 신선하고 영양성분이 많은지가 커피의 품질을 좌우한다.

5. 커피가 치아 변색을 촉진한다?

치아 변색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과 노화, 흡연, 유색소 음식섭취 등이다. 치아의 바깥쪽은 단단한 법랑질, 그 안쪽은 상아질, 다시 그 안에는 치수 조직이 있다. 치아의 색상은 반투명한 법랑질을 통해 비치는 상아질이 좌우한다. 상아질의 색조는 사람마다 다르게 타고 나는데, 나이가 들면서 법랑질이 마모돼 얇아지는 바람에 노란 상아질이 강조돼 누렇게 보인다. 녹차, 와인, 니코틴 등이 치아의 변색을 유발하는 것은 치아표면에 색소가 침착하기 때문이다. 치아 표면은 매끄러워 보이지만 미세한 관이 있어 색소가 들어가면 다시 빠지기가 쉽지 않다.

치아 변색의 원인으로 탄닌(Tannin)이 지목되는데, 이 물질은 식물에 널리 분포하며 단백질과 결합해 변성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가죽을 무두질하는데 이용된다. 한 잔에 담기는 커피 액에 탄닌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신 멜라노이딘 같은 색소가 함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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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 드실 때 커피 드시지 마세요”라는 당부는 커피가 감기에 직집적으로 해로워서가 아니라 감기약에 카페인 같은 성분이 들어 있으니 카페인 섭취를 자제하라는 의미이다.

6. 커피가 감기치료에 안 좋다?

기관지 천식이나 만성 기관지염 등에 사용하는 알부테롤, 클렌부테롤, 테오필린 등 기관지 확장제는 커피처럼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를 함께 복용하면 중추신경계를 자극시켜 흥분, 불안, 심박수 증가와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테오필린(Theophylline)은 찻잎에 들어 있는 알칼로이드 유도체로서 화학구조가 카페인과 유사하다. 따라서 평활근 이완작용, 심근흥분작용, 이뇨작용 등 카페인과 유사한 신체반응을 유발한다. 이처럼 복합진통제나 감기약에는 카페인 같은 성분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커피나 초콜릿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와 복용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다리에 힘이 없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콧물, 코막힘, 기침을 가라앉히는데 주로 사용되는 에페드린(Ephedrine)도 카페인과 유사한 기능을 한다.

글. 박영순
사진. 커피비평가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