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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5   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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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쉼표
[탱자 가라사대] 가리워진 길, SNS

중년을 위한 페북·인스타 활용 노하우

[탱자 가라사대] 가리워진 길, SNS |

연휴가 끝나고 제주가 텅 비었다. 민박집도 텅 비었다.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갈 때 정작 돌아갈 곳이 없는 민박집 주인장의 마음도 텅 비었다. 궂은 날씨로 셀프 고립된 월요일 오후, 시선은 자연스레 스마트폰으로 간다. 인스타그램(인스타)를 먼저 볼까? 페이스북(페북)을 먼저 볼까? 

지인들은 페북에 많고 미인들은 인스타에 많다. 인스타가 페북보다 핫(hot)하다지만 그림 한 장보단 스토리 있는 글이 주가 되는 페북이 여전히 내겐 핫하다. 언론학자 마샬 맥루한에게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SNS 중 페북은 핫미디어고 인스타는 쿨미디어다. 

개인 소통과 ‘먹고사니즘’의 경계

대한민국 중년에게 SNS는 ‘가리워진 길’이다. 보일 듯 말 듯 가물거리는 페북이 탄탄대로가 될 무렵, 잡힐 듯 말 듯 멀어져가는 무지개와 같은 새로운 SNS가 떴다. 트렌드세터(trend setter; 유행선도자)들 사이에 ‘클럽하우스’란 게 뜨고 있다는데 이 사회에 영향력 ‘1도 없는’ 시골필부인 내게 그 귀한 초대권을 줄 리 만무하고,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수록 페북과 인스타 둘 다 하기도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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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SNS는 만만하다. 그렇지만 SNS에 익숙해질수록 읽거나 흘려보내야 할 콘텐츠들이 많아지다 보니 이곳에 시간과 시신경을 쏟기가 점점 부담스러워 진다. 오랫동안 근시와 난시를 달고 산 내게 몇 년 전부터 원시가 덧붙여졌다. 가뜩이나 눈도 침침한데 밀린 페북과 인스타를 몰아보다 보면 30분이 훌쩍 지나간다. 시간이 아깝다. 특히 인스타에서 본 사진을 페북에서 또 다시 보는 건 고역이다.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무의식속에 있던 죄책감이 의식 위로 고개를 빼꼼히 내민다. ‘SNS는 시간낭비’라는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하지만 개인소통을 넘어, 먹고 살기 위한 홍보차원에서 SNS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이참에 자책과 즐거움이란 복잡 미묘한 감정을 갖고 SNS를 대하는 나 같은 아재들에게 유용할 몇 가지 인사이트를 공유하려 한다. 순전히 개인 경험에서 파생된 특정 중년사내의 생각이니 비난과 비판은 기꺼이 받겠다. 어차피 아재의 낯은 생각보다 두껍다. 

01. 인스타와 페북엔 가급적 다른 콘텐츠를
풍경사진보단 내 모습을 올렸을 때 ‘좋아요’를 더 많이 받곤 한다. 그런데 주구장창 셀프사진만을 자주 올리는 사람을 보고 있음 내심 불편해 진다. 내면의 자신감이 좀 없어 보인 달까? 워낙 미모가 출중하신 분들이 대부분이라 눈은 ‘므흣’하지만 복어가 된 볼때기나 콕콕 찍히고 싶은 매끈한 무릎, 촉촉이 젖은 부정교합 입술, 핀트가 살짝 나간 명품이 블링거리는 특수 부위의 클로즈업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기분은 잠시 업 될지라도 마음은 이내 클로즈 된다. 그렇다고 프로필 사진 한 장 없는 분은 왠지 믿음이 안 가서 선뜻 맞팔(서로 팔로우)하기가 망설여진다. 여기서 믿음이란 꼭 외모만이 아니란 걸 이 연사 강력히 외친다. 

02. 인물사진과 사물사진을 적절히 섞어서 올리자!
앵글 자체의 변별력이 없는 엇비슷한 사진들이 시간차 없이 번들로 연이어 올라오면 내 손가락은 스크롤업 자동모드로 바뀐다. 콘텐츠를 너무 자주 남발하는 ‘온리(only) 온라인’ 친구는 슬며시 언팔 버튼을 누를 때도 있다.  

03. 본인 눈에 다 맘에 드는 사진일지라도 하나의 매체에 하루 1개만. 2~3일에 하나면 더 좋다!
사진도 없고, 그 어떤 맥락도 없이 불쑥 ‘아, 짜증’, ‘대~박’ 같은, 순간의 감정을 토로하는 한 줄 텍스트는 무조건 패스. 언젠가부터 단문 글씨가 대문짝만하게 노출되고 있어 피로도가 더 커진 것 같다. 

04. 재미나 인사이트가 있는 글이 아니라면 웬만하면 이미지의 힘에 기대자.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는 인지상정. 다른 사람의 콘텐츠는 살피지 않고 필요할 때 내 글을 올리면 다른 사람들도 읽어주지 않는다. 팔로워 수를 늘리려 생뚱맞은 콘텐츠에 ‘좋아요’를 남발하는 것도 억지스럽지만 그저 눈팅만 하다 보면 더욱 ‘투명하게’ 살아갈 뿐이다. 

05. 홍보효과를 극대화 하려면 업로드 하기 직전 집중적으로 하트와 엄지척을 날리자.
그렇다고 사심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지 않게 개수 조절에 신경 쓰자. 진짜 사심을 드러내고 싶다면 인스타와 페북에 동시에 올라 온 똑같은 콘텐츠 모두에 좋아요를 눌러라.  

06. 기타 등등
• 콘텐츠 공유 시 웬만하면 한 줄이라도 내 생각이나 느낌을 달자.
• 태그(#)할 때 내가 알리고 싶은 단어보다는 다른 사람이 검색할 거 같은 단어가 우선이다.
• 편향된 사람처럼 보이지 않게 특정 이념이나 종교에 집착하지 말자. 특히 정의와 진실이란 전가의 보도로 비난이나 욕설을 하는 건 절대 금지. 공감이 간다면 그냥 살짝 좋아요 정도만 누르자.
• 아기와 동물 사진도 좋지만 ‘난 당신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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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불안한 사람일수록, 고립되어 있는 사람일수록 SNS에 몰두한단다. 고립된 연령대에 고립된 가구구성, 그것도 고립된 섬에 살고 있는 나야말로 삼위일체 조건을 완벽히 갖췄다. 하자니 없어 보이고 안 하자니 없어지는 것 같아 불안하고….
개인 간 소통을 위한 효과적인 통로인 건 분명하지만 SNS는 이래저래 내겐 가리워진 길이다.

글 | 지준호
지준호 님은 전직 광고맨(오리콤, 제일기획 등), 10년차 제주이주민으로 구좌 세화리 부티크 제주민박 살롱드탱자와 유쾌한 제주돌집 탱자싸롱을 운영 중입니다.‘바삭한 주노씨’란 작가명으로 브런치(httP://brunch.co.kr/@junoji)에 재치 있는 에세이와 패러디 광고를 쓰며 조용히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