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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0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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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카페
합리주의를 이어 ‘K커피’로

[카페동네사람들] ㈜카페예(1킬로커피) 이상호 대표

대한민국은 헤어 나올 수 없는 ‘원두커피 사랑’에 빠져 있습니다. 20년 전 전체 커피시장의 10%에 불과했던 원두커피 점유율은 2018년 기준, 339%의 증가율을 기록할 만큼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인스턴트커피가 대세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라 할 만합니다. ‘불과 20년 만에 이런 변화를 불러온 커피 비즈니스의 주역들은 누구일까.’ 본지 발행인 손인수 대표의 인터뷰집, 《카페동네사람들》 에서 발췌해 궁금증을 풀어봅니다.

이상호 대표에게 커피는 인생이모작을 열게 한 문이다. 10여 년 간 증권사, 주류회사를 거쳐 반도체 장비, 플랜트, IT기기 제조사 등에서 근무했다. 재무담당이었던 그는 회사가 코스피에 상장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계열사 대표로 승진해 창업 전까지 IT기기 제조사에서 근무했다. 증권사를 빼곤 모두 제조업이었다.

그의 말처럼 2000년대 들어 꿈틀대던 한국 커피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0년대 들어 시장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성장세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10년 전, 한국 커피시장은 후발주자에게 아직 기회의 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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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도 이 시기에 커피사업을 시작했다. 2011년 7월 법인을 설립했고, 이듬해인 2012년 초 첫 제품을 출시했다. 카페예는 사업초기부터 대리점 유통(도매) 대신 직거래 유통(소매)을 고수했다. 그러다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2년 11월 서울 카페쇼에 맞춰 1킬로커피(www.1kgcoffee.co.kr) 쇼핑몰을 오픈했다.

1킬로커피는 ‘합리적 커피생활 제안’이라는 슬로건에서 보듯 ‘합리주의’를 표방한다. ‘전통적 관습이나 주관적 감정이 아닌, 이성적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태도’라는 사전적 정의처럼 기존 원두커피 시장의 관습적인 방식에서 탈피해 유통구조, 생산방식, 마케팅 혁신을 일궜다. 소비자와 직거래 유통구조로 가격을 합리적으로 맞췄다. ‘하루 전 주문, 당일 생산’으로 재고 부담은 덜고 맛과 향의 경쟁력은 높였다. 싱글오리진 원두커피를 핵심 상품으로 구성해 대륙 산지별 커피 라인업을 구축했다. 싱글오리진, 블렌딩 원두커피를 시작으로 스페셜티커피(2014년), 드립백(2016년), 디카페인(2018년), 콜드브루(2019년), 캡슐커피(2021년)에 이르기까지 제품군별 커피 라인업을 완성했다.
커피에 담긴 문화적 요소를 전파하는데도 힘썼다. ‘찾아가는 협찬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연주회, 출판기념회, 학술대회 등 여러 문화행사장에서 커피를 제공했다. 카페문화지 <카페人> 제작에 참여한 것도 이런 배경이었다. 1킬로커피 블로그에 걸린 ‘커피, 그 이상의 무게’라는 문구처럼 그 여정은 묵직했다.

1킬로커피 온라인쇼핑몰은 회원 7만 명을 둔 대표적인 원두커피 사이트로 자리 잡았다. 대형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가 주도하는 이커머스(e-commerce) 시장에서 단일 품목으로 이런 입지를 다지기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신공장으로 이전, 담대한 꿈

- 먼저 2022년 10월 입주한 신공장 이야기부터 했으면 합니다. 공장을 이전한다는 게 큰 결단이었을 거라 짐작되고도 남네요.

회사가 나름 성장하면서 인력뿐 아니라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3년 전 농림부에서 전북 익산시에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과감하게 공장 신축, 이전을 결정했어요. 커피 제조업은 연구개발이 매우 중요한데, 비용부담 때문에 엄두를 못낸 경우가 많습니다. 국가식품클러스터에는 신제품, 신기술 개발을 위한 실험, 테스트 장비 지원이 잘 갖춰져 있어요. 이를 잘 활용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 합니다. 이제 한국 커피산업도 해외로 적극 진출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K팝, K무비, K반도체, K방역처럼 ‘K커피’를 이끄는 회사로 성장하는 게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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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새둥치를 튼 카페예(1킬로커피) 공장 전경

- ‘K커피’라니 제 마음도 부풀어 오르네요. 이런 포부를 갖기까지 지난 10년의 여정이 궁금합니다. 회사를 설립한 2011년 당시에 한국 커피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는 평가도 있었는데, 사실 저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어떻게 커피사업을 결심했나요.

창업하기 전까지 대부분 제조업체에서 일했습니다. 경영정보대학원을 졸업하고 증권사에서 근무한 경험 덕에 재무를 담당했습니다. 회사는 몇몇 계열사를 둔 중견 그룹으로 성장했지요. 40대 중반에 이르면서 제 사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학 동기이자 오랜 친구인 한진웅 ㈜새남에프앤비 대표가 원두커피 제조업을 권하더군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며 10년 단위로 경기가 요동치는데 경기가 좋고 나쁜 것과 상관없이 지속가능한 시장이 무엇일까 고민해왔어요. 커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커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처지였지만 시장이 형성돼 있고 완만하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 보았습니다. 그동안 일했던 곳이 반도체 장비, 철강재 구조물, IT기기 등을 만드는 회사였는데, 커피와 비교했을 때 물성은 다르지만 제조업이라는 본성은 같지요. 커피사업에도 프랜차이즈, 유통, 제조 등 여러 분야가 있지요. 제조업 경험이 있던 터라 원두커피 제조업으로 창업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더욱이 제가 경험했던 제조업과 비교했을 때 커피는 규모도 작고 심플해요. 이미 시장이 있는 곳이니 그 안에서 뭐든 해볼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마음으로 키우는 나무’ 카페예

- 말씀처럼 커피 문외한이었을 텐데, 창업 준비과정이 궁금합니다.

한진웅 대표를 빼놓을 수 없지요. ‘타코’ 브랜드로 카페음료용 파우더를 제조, 유통하고 있던 그는 커피사업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꾸준히 커피전문가들과 교류하고 지식을 쌓았지요. 카페예가 자리를 잡으면 저와 함께 더 큰 사업을 해보리라는 꿈을 꾸었어요. 1년여 동안 그의 도움으로 커피를 배우며 커피사업에 한발씩 다가갔습니다. 저는 제조를 맡고, 한 대표는 상품기획과 마케팅을 맡기로 했습니다. 2011년 7월, 경기도 광주시 능평리에 공장과 사무실을 마련하고 법인을 설립합니다.

- ‘카페예’는 무슨 뜻인가요.

‘커피나무(cafeier)’라는 뜻입니다. 법인설립 등기를 내기 전 창립멤버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지은 이름입니다. 회사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아이디어를 내보라고 했습니다. 후보 이름 중 ‘카페예’가 생소하기도 해서 아이디어를 낸 디자이너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프랑스어로 ‘커피나무’라고 하더군요. 옥편을 뒤져 찾은 ‘꽃술 예(蘂)’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하더군요. 마음심(心) 자와 나무목(木) 자가 있어, ‘마음으로 키우는 나무’라는 의미도 담았으니 회사이름으로 제격이었어요.

- 초기 상품기획은 어떻게 했는지, 첫 제품은 언제 출시했나요.

2012년 초 첫 제품으로 ‘버보니아’ 시리즈를 출시합니다. 브라질 ‘옐로 버본(Yellow Bourbon)’을 기본으로 여러 가지 원두를 블렌딩한 제품입니다. 2011년 추석에 선물세트로 첫 매출을 올렸지만 본격적인 제품은 이거라 할 수 있어요. 이어 개발한 블렌딩 제품이 ‘달달, 구수, 상콤, 설렘’ 4종입니다. 단맛, 짠맛, 쓴맛, 신맛, 감칠맛 등 맛의 본질적 속성을 직관적으로 제품명에 반영했습니다.
처음으로 참가한 전시회가 2012년 4월에 열린 서울 커피엑스포(사단법인 한국커피연합회 주최)였는데, 그야말로 빅히트를 쳤습니다. 그때 ‘온리원 에쏘(Only 1 Esso; 당신만을 위한 에스프레소)’라는 브랜드를 선보였는데, 자영카페를 타깃으로 카페별 맞춤형 원두커피를 제공한다는 것을 알리는 홍보 브랜드였습니다.

1킬로커피의 탄생

- 카페예의 대표 브랜드 ‘1킬로커피(1kgcoffee)’와 온라인 쇼핑몰이 2012 11월 오픈했는데요. 배경이 궁금하네요.

상품 샘플을 들고 전국의 카페 거리를 돌며 영업을 했습니다. 시간과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루트세일(Route Sale)은 분명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빠르게 거래처를 늘리는 데 한계가 분명했어요. 영업사원을 많이 두기도 힘들고…. 대리점 도매도 검토했지만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힘들었고 마진 구조가 너무 안 좋았어요. 그래서 루트세일과 병행해 저희 제품을 알리고 판매할 수 있는 방법으로 온라인쇼핑몰을 선택한 거죠.

- 1킬로커피라는 브랜드명이 독특하고 직관적입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이 브랜드는 한진웅 대표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 좀 뜬금없게 느껴져 이유를 물었더니, 아무리 작은 카페라도 하루에 커피 1kg은 써야 카페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공하는 카페는 1kg의 커피를 소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하더군요. 그라인더 호퍼에 담긴 커피는 커피머신의 열기를 받아 맛이 빠르게 변질되거든요. 회전이 빠를수록 커피 맛이 좋은 이유입니다. 맛이 좋으면 매출도 늘겠죠. 한 대표는 판매단위를 1kg으로 통일하고 포장도 고급스럽게 할 필요 없이 품질과 가격으로 승부를 걸자고 덧붙였습니다. 듣고 보니 치밀한 고민의 결과였어요. 중간 유통단계가 없으니 가격경쟁력도 갖추고 적정 마진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1킬로커피는 전시회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곤 하는데요. 킬로커피 부스는 늘 방문객으로 붐빕니다. 전시회 외에 브랜드를 어떻게 알렸는지요.

커피 전시회는 가장 효과적인 홍보 루트였어요. 일단 커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니까요. 쌀집에서 쌀을 퍼 담아주듯 싱글오리진 종류별로 커다란 통에 원두커피를 담아두고 100g에 1천원씩 판매했습니다. 1킬로커피 로고송도 만들어 전시 기간 내내 틀었습니다. 흥겨운 장터 분위기였고,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정산해보니 약 8천 명이 이벤트 상품을 구매했더군요. 관람시간으로 나누면 분당 4.7명이었습니다. 이후 ‘1천원 이벤트’는 1킬로커피를 상징하는 전시 이벤트로 정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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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커피엑스포의 1킬로커피 부스

- 커피라는 단일 카테고리로 쇼핑몰을 구축하고,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발생시키는 게 만만치 않았을 텐데….

2013년 4월 커피엑스포에서도 반응이 뜨거웠어요. 전체 관람객 3만 명 중 4천 명이 1킬로커피 부스를 방문해 1만 개를 구매했습니다. 약 1톤, 시간당 144명, 하루 250kg씩 구매한 셈입니다. 연달아 전시회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 쇼핑몰 오픈 3개월 만에 회원 수 1,500명을 넘었고, 2013년에는 6천명을 돌파했습니다. 소비자들의 입소문과 직원들의 구슬땀으로 일군 성과입니다. 그래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는 못했습니다. 더 많이 더 빠르게 브랜드를 알리는 게 관건이었죠. 지금은 안 하고 있지만 포털사이트 키워드 광고도 했고, 커피가 밀집한 지역을 찾아 루트세일도 병행했습니다.

종횡무진, 커피 상품 라인업

- 마케팅의 핵심은 상품 구성(머천다이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1킬로커피 쇼핑몰을 오픈하며 싱글오리진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2012년 당시만 해도 원두를 배합한 블렌딩 커피가 일반적이지 않았나요.

1킬로커피 쇼핑몰은 B2B 카페 고객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도 주요 고객입니다. 구매량은 카페 고객이 훨씬 크지만, 회원 수는 일반 소비자가 더 많지요. 2011년 9월 일본 스페셜티커피협회 주최 전시회를 참관하며 많은 걸 배웠어요. 조만간 한국에도 산지별 특성이 담긴 싱글오리진 커피가 정착하리라 판단했습니다.
이에 이원화 전략으로 카페 타깃의 블렌딩 커피와 일반 소비자 타깃의 싱글오리진으로 상품을 구성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전략이 주효한 듯합니다. 커피의 소비 패턴이 분화되며 취향에 맞게 싱글오리진 커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거든요. 현재 아프리카 6개국, 아시아 4개국, 중남미 8개국의 커피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2014년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을 시작으로 스페셜티커피도 하나씩 늘리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전 세계 모든 커피생산국의 커피를 취급하는 게 목표예요.

- 커피산업이 발전하며 등급과 가격에 따른 스페셜티, 싱글오리진, 블렌딩 커피뿐 아니라 추출 방식에 따른 형태의 분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자가 종(從)적 분화라면 후자는 횡(橫)적 분화라 할 수 있겠네요. 그만큼 커피산업이 다면화되었다는 방증입니다. 1킬로커피도 이런 추이를 읽고 꾸준히 제품 라인업을 보강해왔지요?

1킬로커피는 전날 주문을 받으면 다음날 로스팅합니다. 주문형 생산이라 재고 부담이 없어요. 더욱이 미수금도 없고요. 그렇지만 시장상황에 따라 공격적 마케팅을 할 수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홈쇼핑에 입점하려고 해도 기존 설비로는 물량을 맞출 수 없어요. 판매 추이를 보며 적정 재고를 유지해 대량주문에 대응할 수 있으려면 기존 원두커피와 다른 형태여야 했습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2016년 4월 개발한 제품이 드립백 커피입니다. 보관성이 좋아 어느 정도 재고를 갖고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었죠. 간편하게 원두커피를 즐기려는 욕구에 부응하고 핸드드립의 향미도 느낄 수 있어 꾸준히 매출이 늘고 있습니다.
2019년 4월 출시한 콜드브루 커피도 같은 맥락입니다. 콜드브루의 맹점은 추출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였는데, 저희 콜드브루는 ‘마이크로 버블 추출(Micro Bubble Brewing)’ 공법으로 6리터를 생산하는 데 30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더욱이 눅눅하지 않고 싱글오리진 고유의 맛이 납니다. 2021년 5월에는 캡슐커피를 출시했습니다. 오랜 연구개발의 결과입니다. 이로써 추출방식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커피 라인업을 갖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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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로스팅 라인과 드립백 커피 포장 라인

커피, 그 이상의 가치

- 커피 상품이 종횡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커피시장이 커지고 수요층이 분화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가운데 커피산업의 중요한 축인 카페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는데요. 마지막으로 1킬로커피의 주요 고객이기도 한 자영카페의 발전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카페예도 사업초기 직영으로 카페를 운영해봐서 자영카페의 현실을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어느 업종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효율성을 따질 수밖에 없겠지만 다양해진 소비층처럼 개성이 드러나는 카페가 되었으면 합니다. 커피 산지의 사진 한 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커피 맛이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맛, 그 이상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커피에 담긴 문화 콘텐츠가 드러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단지 커피, 음료를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문화가 영그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 1킬로커피도 함께 하겠습니다.
 

[1킬로커피 쇼핑몰] https://www.1kgcoffee.co.kr

정리 | 지우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