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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시네마]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

풍운아 카첸버그 감독의 ‘아프리카 동물소동극’

별다른 흥행작들 내지 못한 채 기울어가던 영화사, 파라마운트의 재건을 이끈 건 제프리 카첸버그(Jeffrey Katzenberg)라는 걸출한 제작자입니다. 1974년 뉴욕대를 중퇴하고 파라마운트에 우편 보조사원으로 입사했던 카첸버그는 뛰어난 기획 감각과 추진력을 인정받아 7년 만에 제작 부사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죠.  

1984년 애니메이션의 명가 디즈니로 스카우트된 카첸버그는 그곳에서도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언 킹> 등의 세계작인 흥행작을 만들어내며 명가 재건을 이끕니다. 당시 디즈니는 1966년 창업자인 월드 디즈니의 사망 이후 계속 부침을 겪어오던 중이었지만 새로 영입한 카첸버그와 마이클 아이스너, 제프리 웰스 등 3명의 공동경영인이 탁월한 경영수완을 발휘한 덕분에 아이들의 오락영화에 머물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어른들도 볼 수 있는 영화’로 어필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3인방은 “디즈니에게 향후 100년간의 먹거리를 만들어주었다”는 찬사를 받으며 미국 애니메이션 시장, 나아가 전 세계 영화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실력자로 주목을 받기 시작합니다.  

디즈니에서 쫓겨난 카첸버그의 반격

디즈니 3인방이 이뤄놓은 업적은 영화 산업 전반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든 성과였습니다. 성인 관객들의 찬사를 받으며 디즈니 영화의 저변을 획기적으로 넓혀놓은 <인어공주(1989)>, 애니메이션 최초로 1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넘긴 <미녀와 야수(1991)>, 2억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거둔 <알라딘(1993>),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의 3억 달러 흥행작인 <라이언 킹(1994)>이 모두 3인방의 균형 잡힌 협업 아래서 탄생한 작품이었죠.  

하지만 프랭크 웰스가 사망하고 난 뒤 평온했던 디즈니 왕국에 균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세 사람의 적당한 견제와 균형으로 디즈니 르네상스를 이끌어온 경영시스템이 무게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게 된 것이죠. 웰스라는 중재자가 사라져버린 디즈니에는 카첸버그와 아이스너의 불협화음이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카첸버그는 아이스너와 벌인 승자독식의 경영권 싸움에서 패해 불명예스럽게 회사를 쫓겨나게 됩니다. 

분노한 카첸버그는 디즈니를 그만둔 지 불과 8일 만에 새로운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DreamWorks)’의 설립을 발표합니다. 그런데 그와 함께 공동경영인으로 참여하게 된 이들의 면면이 또 한 번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합니다. 그 두 사람은 <ET>와 <쥬라기 공원> 시리즈로 영화 역사를 새로 써가던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과 영화계와 음악계에서 당대의 거물로 군림하던 데이비드 게펜(David Geffen)이었습니다. 얼마 뒤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에 전념하기 위해 회사를 떠나지만 카첸버그와 게펜은 곧 디즈니의 아성을 위협할 만한 문제작을 잇달아 내놓으며 애니메이션 산업의 지형을 근간부터 흔들어놓게 됩니다.

드림웍스의 전략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동화적인 구조, 고전적인 색채와 차별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만큼 더 다양해진 소재와 현대적인 스토리텔링은 필수였습니다. 드림웍스가 자회사인 드림웍스SKG를 통해 실사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캐치 미 이프 유 캔> <트랜스포머>로 승승장구하는 동안 애니메이션 사업을 맡은 카첸버그 역시 이에 못지않은 문제작들을 선보이며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합니다. <이집트 왕자(1998)> <슈렉(2001)> <샤크(2004)> <드레곤 길들이기(2010)> 등 저마다 적지 않은 흥행수익을 안겨준 흥행작이 모두 드림웍스에서 나온 작품들이었죠.  

드림웍스 최초의 CG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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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첸버그의 성공신화를 되짚어 보면 드림웍스 최초의 컴퓨터그래픽(CG) 애니메이션인 <마다가스카(원제 Madagascar)>도 중요하게 언급해야 할 작품입니다. 영화 <마다가스카>는 에릭 다넬, 톰 맥그라스가 공동연출해 지난 2005년 개봉한 작품으로 ‘가족, 판타지, 모험, 코미디’가 한데 어우러진 수작으로 평가됩니다.  

디즈니 작품과의 차별화를 확실히 보여주는 이 작품은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배우 벤 스틸러가 목소리 연기를 맡은 주인공 ‘알렉스’는 관람객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동물원 최고의 인기 스타죠. 타고난 품종은 정글의 왕 사자지만 사실 알렉스는 관람객들에게 사랑받는 자신을 은근히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태어나서 한 번도 정글 구경을 해본 적 없는 정통 ‘뉴요커’입니다. 알렉스의 친구들인 얼룩말 ‘마티(크리스 록)’와 기린 ‘멜먼(데이비드 쉬머)’, 하마 ‘글로리아(제이다 핀켓 스미스)’도 안락한 환경이 보장되는 동물원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평화롭기만 하던 어느 날 사건이 벌어집니다. 호기심 많은 마티가 선조들의 고향인 남극으로 탈출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던 정체불명의 펭귄 특공대와 함께 무단으로 동물원을 빠져나가버린 것이죠. 알렉스와 친구들은 사라진 마티를 찾기 위해 난생 처음으로 동물원 밖으로 나가는 일탈을 결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안락한 동물원과 달리 대도시 뉴욕은 모든 게 바쁘게만 돌아갑니다. 결국 이들은 지하철에서 좌충우돌 한 바탕의 소동을 벌인 끝에 인간에게 생포됩니다. 야생동물 보호론자들의 항의로 케냐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가게 된 뉴요커 4인방.  

하지만 이들의 모험은 여기서부터 진짜 미궁 속으로 빠져듭니다. 뉴요커 4인방이 탄 배가 남극으로 가는 걸로 오인한 펭귄 특공대가 선박을 접수하고 항로를 바꿔버린 거죠. 그 와중에 4인방이 갇혀 있던 상자가 그만 바다로 떨어져버립니다. 망망대해를 떠돌던 알렉스와 친구들은 결국 미지의 정글 ‘마다가스카’까지 떠내려 오게 됩니다. 지금까지 안락한 뉴요커의 삶을 살아온 이들이 과연 거친 야생의 정글 마다가스카에 적응해 살아나갈 수 있을까요? 아니, 최소한 다시 센트럴파크 동물원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는 있을까요? 

사고뭉치 뉴요커들의 좌충우돌 모험극

영화에서 사고뭉치 뉴요커들이 좌충우돌 모험을 벌이는 마다가스카는 아프리카 남동쪽 인도양에 있는 ‘마다가스카르(Madagascar) 공화국’의 영화적 변용입니다. 안타나나리보를 수도로 하는 마다가스카르는 모잠비크 해협을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 대륙을 마주하고 있는 나라죠.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나라로 2,400만여 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으니 그리 작은 나라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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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이곳에 도착한 뉴요커 4인방의 모험으로 긴장감을 더해갑니다. 이곳에 도착한 뒤 가장 큰 심리 변화를 보이는 건 사자 알렉스입니다. 육식동물의 야성을 되찾은 알렉스는 친구 마티의 엉덩이가 스테이크로, 다른 동물들이 자신의 먹잇감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렇다고 친구들을 잡아먹을 수도 없는 알렉스는 할 수 없이 육식동물들이 우글거리는 푸싸의 지역으로 잠적해 버립니다. 영화는 배고픔과 고독에 지쳐가던 알렉스를 찾아온 마티가 푸싸의 공격으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뉴요커 4인방의 우정을 다시 일깨웁니다. 뒤늦게 도착한 멜먼과 글로리아, 펭귄 특공대가 마티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이, 맹수 연기를 선보인 알렉스 덕분에 일행은 무사히 그곳을 빠져나옵니다.  

구사일생으로 마다가스카를 떠나는 배에 올라탄 4인방. 하지만 이들은 곧바로 뉴욕으로 가지 않고 스페인, 파리, 피지, 캐나다 등을 들러보기로 결정합니다. 많은 양의 과일과 생선이 가득 실린 배. 하지만 정작 4인방은 배의 원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모른 채 망망대해를 향해 출항하는 것으로 영화는 한바탕 소동극을 마무리합니다.  

국내 개봉 시 영화배우 송강호가 알렉스 역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마다카스카>는 <슈렉>처럼 세계적인 흥행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마다가스카>의 성적은 준수한 편이었습니다. 이후 속편으로 이어져 2008년, 2012년 각각 2편과 3편이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드림웍스와 카첸버그의 저력을 엿볼 수 있는 이 작품은 드림웍스 신화가 시작된 주춧돌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역사의 흐름을 바꾼 드림웍스와 카첸버그의 위대한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글 | 김정현

 

마다가스카르의 커피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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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는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던 1930년대 로부스타가 전해졌으며 지금도 많은 양의 로브스타 커피가 프랑스로 수출된다. 남북으로 1,600km에 이르는 마다가스카르 국토는 열대기후인 북부, 아열대 및 온대기후인 중부 고원지대, 사막성 기후와 온대기후가 나타나는 남부로 구분할 수 있으며 커피생산에 적합한 곳이 많아 있어 프랑스인들에 의해 널리 장려되었다.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마다가스카르는 카네포라종 로부스타로 유명했지만 1975년 군사정변 후 사회주의 정책을 채택하면서 커피산업은 급격히 위축되었다. 1978년 세계적으로 커피 시세가 폭락할 때 커피산업 국유화로 가격 하락에 대처하려던 조치가 독이 되어 이후 커피 산업 전반에 급격한 쇠퇴를 가져왔다.

마다가스카르는 지금도 로부스타 원두를 주로 생산하며, 이는 전체 커피 생산의 90% 정도를 차지한다. 총 생산량은 연간 425,000자루 정도이며, 매년 6월부터 10월 사이에 수확한다.

[커피시네마]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