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5   0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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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로드] 커피가 지나간 자리⑧ _아시아(4)

중국 윈난의 커피, 일본의 커피산업

[커피로드] 커피가 지나간 자리⑧ _아시아(4) |

커피가 전파된 길을 따라가는 커피로드, 아시아편, 이번에는 중국, 일본입니다. 중국은 세계적인 차 생산국이지 소비국이지만 서남부 윈난(운남)성을 중심으로 커피 재배지가 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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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부에 위치한 윈난성(빨간색)

차 나무 중간에 심은 커피 나무 

- 윈난의 보이차 밭이 커피 밭으로 바뀌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중국은 언제부터 커피를 재배했나요?
17세기 초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타이완 섬을 지배하는 과정에서 커피가 전해졌고, 이것이 대륙으로 전해졌다는 설이 있습니다. 19세기말 말레이시아의 화교들이 하이난 성에 종자를 가졌다가 심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1892년 프랑스의 한 신부가 중국 윈난(云南)의 주쿠라(朱苦拉) 지역에 들어와 선교활동을 하면서 커피가 전파되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실제 주쿠라 지역에는 프랑스 선교사들이 심었던 수령 90년이 넘는 커피나무가 20여 그루가 남아 있습니다.  

- 중국의 커피 생산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서울연구원 발표자료(제538호)에 따르면 2021년 중국 커피의 98%가 생산되는 윈난성의 커피 재배면적은 약 9만 3,000ha(서울 면적의 1.5배), 생산량은 10만 8,700톤이었습니다. 12만 톤으로 추정되기도 합니다. 참고로 2022년 우리나라 커피생두 수입량이 20만 톤(약 13억 달러)입니다.  

윈난은 미안마, 라오스, 베트남과 국경을 이루고 있는 윈난성은 민간차원에서 다른 나라 커피재배자들과 교류가 있었다고 봅니다. 보이차에 비해 커피의 수익성이 좋아 중간 중간 차나무를 뽑아내고 그 사이에 커피나무를 심기 시작한 거죠. 차나무가 커피나무에 그늘을 드리워주기에 궁합이 잘 맞기도 했습니다. 차츰 커피 재배자가 늘면서 1950년 중반부터 윈난성에서 본격적인 커피 재배가 시작됩니다. 이후 1980년대 중국 정부와 유엔개발계획(UNDP)의 투자로 생산이 본격화되었습니다.  

- 맛은 어떤가요?
품질이 좋은 아라비카 품종입니다. 보이차가 나는 지역도 고도가 1000~1800m로 품질이 좋은 아라비카 품종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죠. 산뜻한 산미와 부드러운 바디가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커피를 닮았다고 하는데요. 그것은 윈난성의 위도가 중남미와 비슷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 중국 커피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어떤가요?
중국의 거대한 시장이 매력적이다 보니 세계적 거대 자본이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1988년 다국적기업 ‘네슬레’가 뛰어들어 아라비카 종 생산을 확대했고, 1997년부터 윈난 커피로 자사 커피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스타벅스도 2009년부터 윈난 커피를 사용했고, 2012년에는 중국 합자 기업을 만들어 윈난에 커피농장 조성하기에 이릅니다. 

2016년 충칭(중경)에 커피거래소 개장 

- 그래도 중국 사람들은 차를 더 좋아하지 않나요?
대체적으로 그렇긴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차보다 커피를 많이 마신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중국의 커피소비량이 매년 18% 이상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소비증가율(0.9%)보다 20배 높은 수치입니다.
영국 시장조사기업 ‘월드커피포털’의 보고서를 보면 중국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수는 전체 4만9,691여개로 미국(4만62개)보다 많습니다. 대표적인 중국토종 브랜드 ‘루이싱 커피(瑞幸咖啡; Luckin Coffee)’의 성장세만 봐도 중국 커피시장의 미래를 엿볼 수 있습니다. 2017년 설립된 루이싱 커피는 2023년 현재 1만3273개의 매장을 두고 있습니다. 해외 브랜드 스타벅스도 2022년 6천호점을 열었고, 2025년까지 9천개로 늘릴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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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싱 커피 매장. wikimedia, by Windmemories(CC BY-SA)


- 성장세뿐 아니라 중국 커피시장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면서요?
세계 커피생두 물류의 중심축이 되려는 움직입니다. 현재는 뉴욕과 런던 상품거래소를 통해 전 세계 커피가 거래되고 있고, 이 체제가 쉽게 바뀌진 않겠지만 중국은 이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2016년 6월, 충칭(중경)에 커피거래소 개장한 게 그 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충칭을 국제 수준의 커피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허브로 만드는 전략인 셈인데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신실크로드)’ 전략의 대표 프로젝트로서 2011년 운행을 시작한 중국-유럽 화물철도의 출발점이 충칭입니다. 이 철도는 독일 뒤스부르크까지 1만1000㎞를 14일 만에 닿을 수 있습니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에티오피아 커피의 경우만 살펴보면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와 홍해에 접한 지부티(Djibouti) 항까지 철로(752.7㎞)를 구축한 나라가 중국입니다. 에티오피아 커피가 해상 실크로드를 따라 충칭 거래소로 향하고 있습니다.  

세계 4대 커피소비국, 일본

- 이제 일본으로 가보겠습니다. 세계 커피 시장에서 일본의 존재감은 작지 않은데요. 일본인들은 어느 정도 커피를 마시는지.
1인당 커피소비량으로 따지면 한국이 일본보다 많지만 전체 양으로는 일본은 미국, 브라질, 독일에 이어 세계 4위 커피 소비국입니다. 국제커피기구(ICO)에 따르면, 2017년 일본의 커피콩 소비량은 47만4780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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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코의 한 카페 전경


- 일본은 언제부터 커피를 마셨나요?
에도 막부(1603년 도쿠가와 이에야스~1867년 도쿠가와 요시노부) 시대인 1641년 네덜란드가 나가사키의 데지마(인공섬)에 무역관을 설치합니다. 이에 따라 일본이 네덜란드에게서 커피를 전해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를 근거로 조선보다 거의 200년이나 앞서 커피를 받아 들였다고 하는 주장이 있지요. 

하지만 기록에 따르면 1804년에야 커피가 등장합니다. 일본의 문인 오타 남보가 네덜란드 배에서 커피를 마셔봤는데, 탄내가 역하고 참고 마시기 어렵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일본은 1854년 미국과 화친조약을 맺으면서 개국하고, 2년이 지나 1856년 네덜란드로부터 커피를 수입합니다. 커피숍은 1888년 도쿄에 ‘가히차칸’이라는 상호로 처음 등장합니다. 

- 초기 커피산업의 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일본은 이민을 통해 커피 대국 브라질과 거래하면서 커피를 대량 들여와 커피산업을 발전시켰습니다.
당시 브라질의 주요 커피 산지는 상파울로였는데, 인력이 부족했습니다. 브라질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아프리카 사람들이 중남미의 노예해방 무드와 함께 카리브해의 아이티 등 자유로운 나라로 탈출했기 때문입니다. 그 공백을 일본의 이민자들이 메웠고, 브라질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일본에 거의 공짜로 커피생두를 제공했습니다.  

유명한 일화가 됐는데요. 1911년 도쿄의 번화가인 긴자에 ‘카페 파리우스타’라는 카페가 생깁니다. 이 집 주인인 미즈노 류는 브라질 이민의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일본인들을 브라질 상파울로로 실어 날랐는데요. 어찌나 많은 사람을 보냈는지, 상파울로 주정부가 12년간 이 카페에 커피 생두를 무상으로 제공합니다. 게다가 1930년대엔 대공황으로 커피가 재고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커피 생두를 증기기관차 땔감으로 사용할 정도였습니다.  

유명 커피산지 선점…세계 3대 커피에 스민 마케팅 

- 일본 커피산업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유명 커피 산지를 선점한 점입니다. 고급 커피 산지로 유명한 하와이 코나의 커피 밭은 일본 자본이 60~70%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도 고급커피의 70~80%가 일본으로 쿼터가 배정돼 있습니다. 1960년대 자메이카가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자금을 원조한 대가입니다. 예멘 모카커피의 경우, 내전인 상태에서도 일본이 커피를 확보해 들여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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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메이카 블루마운틴. wikimedia, by Mariordo(CC BY-SA)

- 하와이 코나,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예멘 모카 하면, 커피 잘 모르는 사람도 이름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곳들 아닌가요?
맞습니다. 흔히 세계 3대 커피로 이들 커피를 꼽는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밖에 없습니다. 1999년 강남의 한 백화점이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커피를 수입해 팔면서 만든 광고카피를 일부 언론이 그대로 받아쓴 것이 시작입니다. 일본 커피 자본의 마케팅이 스며든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커피 대륙, 중남미로 넘어갑니다.)

글. 커피비평가협회(www.ccacoff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