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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 스토리텔링
새봄, 그리고 변화

당신의 ‘터닝 포인트’를 위하여

[찻잔 스토리텔링]새봄, 그리고 변화 |

몇 년 전, <시크릿가든>이라는 TV 드라마가 화제를 뿌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극중에 남녀 주인공의 성별이 뒤바뀌는 장면이 있었다.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력도 한몫했지만 좌충우돌하면서 황당하기 짝이 없는 변화를 극복해가는 과정이 재미와 함께 공감을 얻어냈다. 변화가 주는 긍정적인 가치를 잘 살려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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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하다는 것은 자주 변하는 것’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자신의 학문 수양 과정을 다음과 같이 회고하고 있다. 15세에 지학(志學)이라 하여 학문에 뜻을 두었고 30세엔 이립(而立), 인생관이 확립되었다고 했다. 또 40세는 불혹(不惑), 즉 사물의 이치에 흔들리지 않았고, 50세는 지천명(知天命)으로 하늘의 뜻을 알았고, 60세는 이순(耳順)으로 천지만물의 뜻을 통달하여 듣는 대로 이해하게 되었고, 70세는 종심(從心)이라 하여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를 어기지 않는다고 했다. 시공을 초월하여 공자의 가르침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신체 나이에 맞춰 이뤄야 할 정신적인 경지를 제시할 뿐 아니라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도전 의식을 일깨워 준다. 

누구나 변화를 꿈꾼다. 연초에 세웠던 포부가 작심삼일이 되어버릴지라도 자아실현의 욕구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나쁜 습관이나 구태의연한 사고를 버리고 보다 나은 삶의 질 추구, 건강, 사회적 지위 향상 등 개인에 따라 목표는 다르지만 미래지향적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계획을 좀 더 보완하고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했을 텐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고 보면 변화는 자신의 외적, 내적 결핍에 대한 보상 욕구라는 생각이 든다. 알베르 카뮈는 《안과 겉》에서 ‘격언은 타고난 천성의 결함을 메우기 위해 만드는 것이며, 자신은 도덕의 힘으로 부족한 천성을 고치려 노력했다’고 했다. 그러나 도덕에 입각해 처신하는 일에 때로는 성공할 수 있지만 진정으로 그런 존재가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윈스턴 처칠은 ‘개선된다는 것은 변화된다는 것이며, 완전하다는 것은 자주 변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괴테는 삶은 살아있는 자들이 소유하는 것이며 살아있는 자들은 반드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실용주의 철학을 확립한 윌리엄 제임스는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고 했다. 또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만든 세상은 우리 생각의 과정이며 우리의 생각을 바꾸지 않고는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기존의 상태와 단절하는 일탈

《변화의 시작 하루 1%-변화와 혁신의 심리학》에서 저자는 변화의 4단계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1단계는 ‘무결심, 무실행’, 2단계는 ‘결심, 무실행’, 3단계는 ‘결심, 실행’이며 4단계는 의식적으로 결심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실행되는 ‘무결심, 실행’인데 좋은 습관이 몸에 밴 단계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변화는 두려움을 동반하고 있으며 실패를 전제하는데, 그만큼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실패 시엔 부정적 파생효과가 있어 우울증, 또는 자기 패배 의식에 사로잡힐 것이지만 성공 시엔 자신감의 충만 같은 긍정적 파생효과가 있다고 했다. 또 역설적으로 실패 가능성을 전제하므로 오히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다고 했다.  

변화는 성공 여부를 떠나 도전 의식과 개척 정신은 높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 변화를 시도하는 순간부터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하루아침에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주로 내면적 변화가 표면적으로 상당하게 결과로 나타나기까지 무단한 노력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미국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모든 혁명은 한 사람의 인간이 생각해 낸 하나의 사상에 지나지 않았다’고 했다. 즉 개인의 내면이 발화점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변화에 성공하려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요소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절제이다. 조선의 22대 왕, 정조는 절제는 해야 할 일을 용기내서 하는 것이라 했으며, 괴테는 진정한 행복은 절제에서 솟아난다고 했다. 결국 변화는 기존의 상태와 단절하는 일탈이며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용기가 필요하며 모험이 따르는 건 당연하다. 

전환점의 순간들

어떤 상황이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변화되는 계기를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 즉 전환점이라고 한다. 내부, 외부적 요인에 의해 180도 삶의 방향을 바꾼 한 사람의 변화가 놀라운 역사를 이끈다는 것을 위대한 인물을 통하여 알 수 있다. 

《고백론》의 저자이면서 신학자, 사상가인 성 어거스틴은 밀라노에 위치한 성당에 딸린 정원에서 이전의 신앙적, 도덕적 타락을 청산하는 회심을 한다. 그 후 그는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킬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으며 칼뱅, 요한 웨스레 등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그 배후에 스승 암브로시우스의 가르침과, 방탕과 타락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아들을 포기하지 않는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이 있었다. 

중국 당나라 때 혜장선사는 원래 석공이라는 사냥꾼이었다. 어느 날, 사슴을 쫓다가 마조 선사를 만났다. 마조 선사가 석공에게 “자네는 사냥은 잘하지만 자기 자신을 향해선 활을 제대로 쏘지 못하는 걸 보니 솜씨가 별것 아니군”이라고 했다. 이 한 마디에 깊은 충격을 받은 석공은 그 자리에서 활을 부러뜨리고 마조선사의 제자가 되어 후에 크게 이름을 떨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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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창 의사는 천황 암살이라는 거사를 일으키기 전에는 자신을 신일본인이라 생각했다. 단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받아야 하는 부당한 임금과 민족적 차별에 대해 불평을 털어놓곤 했다. 일본으로 건너가 키토시타 쇼조라는 이름으로 일본인 행세를 하기도 했지만 차별은 여전했다. 그런데 1928년, 이봉창 의사를 변화시키는 사건이 일어난다. 경도(교토)에 일왕의 즉위식을 구경하러 갔다가 무차별 사상범 예비 검속에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경찰서 유치장에 9일 동안 갇힌 것이다.  

왕은 대한민국 황제가 아니라 일본 천황이라고 생각할 만큼 일본인이 되고 싶었고, 일본인으로 살았던 이봉창 의사는 그 사건으로 나라와 민족, 독립의 필요성을 각성한다. 그는 1931년 상해로 가 김구 선생을 만난다. 친일 행적과 더불어 짧은 일본식 겉옷인 하오리를 입고 나막신 ‘게다’까지 신고 나타난 자신에게 거리를 두는 김구 선생과 애국단원들에게 그는 일본 천황 암살 뜻을 밝히고, 대한민국 1931년 12월 13일 한인애국단원 가입선서를 한다. 1932년 1월 8일, 그는 김구 선생에게 영원한 쾌락을 누리고자 즐거운 마음으로 떠나 반드시 큰일을 이루겠다는 말을 남기고 일왕의 환궁 행렬에 폭탄을 던진다. 그의 나이 불과 32세였다. 비록 성공하지 못했지만 훗날 윤봉길 의사의 거사를 비롯해 조선 독립운동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르네 데카르트는 1619년 아직 30년 전쟁이 끝나지 않았던 11월 10일, 페르디난트 2세의 황제 대관식을 보고 돌아오다 머물게 된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침대에 누워 있다가 놀랄만한 과학의 기초를 발견한 직후 열정에 가득 찬 채 세 개의 꿈을 차례로 꾸었다고 《방법서설》에서 술회하고 있다. 그는 이 꿈들을 자신의 탐구와 창작에 대한 하늘의 권고로 해석했다.

변화는 혁신의 원천

터닝 포인트와 비견되는 개념으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있다. 영국 태생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말콤 티모시 글래드웰는 그의 대표작《티핑 포인트》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한꺼번에 몰아닥치는 극적인 변화의 순간을 일컫는다고 했다. 기업에서는 확실한 목표, 기업의 경영 정신. 구조의 변화, 기술의 도입 등은 이전의 일차원적인 경영에서 고도의 경영 철학을 갖춘 회사로 거듭 태어나는 것을 의미하며,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변화와 혁신을 이뤄내는 극적인 순간을 말한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 피터 드루커는 변화는 혁신의 원천이라고 했다.  

2015년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을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되어 세계를 놀라게 한 기업이 있다. ‘와비 파커((Warby Parker)’라는 온라인 안경판매 회사로, 창업 5년 만에 기업가치 15억 달러를 달성했다.
와튼스쿨 학생이었던 4명의 창업자들은 돈이 없어 안경을 못 사는 친구들을 보고 터무니없이 비싼 안경 가격에 의구심을 가진다. 그들은 한 회사가 생산, 유통과정을 독점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직접 온라인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안경을 판매하기로 한다. 고객들이 와비 파커 홈페이지에서 최대 5가지 모델을 선택해 5일 정도 써보고 가장 마음에 든 안경을 골라 시력과 눈 사이의 거리를 보내면 2주 후 맞춤 제작된 안경을 받을 수 있다. 유통 마진을 대폭 줄인 결과 고객들은 300~500달러 제품을 100달러 내외로 구입할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와비 파커는 안경이 판매될 때마다 빈곤층에 안경을 기부한다. 사업 초창기, 인터넷에서 안경을 구매할 사람은 없을 거라며 배달을 받아서 다시 반송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지적한 회의적인 견해를 뒤로 하고 와비 파커는 혁신적인 유통방식과 사회공헌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혁신으로 일군 변화와 성공사례인 셈이다.

“You make me want to be a good man(당신은 내가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게 만들어요).” 영화 <이보다 더 좋은 순 없다>에서 강박증과 결벽증으로 독선적이며 냉소적인 작가 멜빈 유달(잭 니콜슨 분)이 사랑하는 여인 캐롤 코넬리(헬렌 헌트 분)에게 건넨 대사이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멜빈이 개과천선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사랑은 불가능한 것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보다 더 큰 감동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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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