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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손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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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이동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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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카페 2020.07 | Vol.8
월간 카페人  /  제7호  /  지상의 쉼표
지상의 쉼표
[드로잉에세이]

가까이 하기에 내게 너무 먼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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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기타나 튕기고 있었어?”

초등학교 여름 방학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도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큰오빠와 작은오빠가 방학을 맞아 시골집에 왔다. 겉멋이 잔뜩 든 큰오빠가 배꼽바지에 기타를 둘러메고 의기양양하게 대문을 들어선 순간, 아버지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다짜고짜 오빠가 메고 있던 기타를 뺏어 내동댕이쳤다. 엄마가 말릴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들 둘만 도시에서 자취를 하고 있던 터라 항상 불안하셨을 아버지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놀기 좋아하고 한량 기질이 다분한 큰아들이 건들건들 기타를 둘러메고 집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자 화가 치미셨던 모양이다. 

적지 않은 돈을 들였을 그 기타는 시골집에 오자마자 와장창 박살이 났다. 그리곤 곧바로 아궁이 속으로 사라지는 신세가 되었다. 우리집의 첫 기타는 그렇게 허무하게 소리한 번 못 내보고 내 눈앞에서 속절없이 사라져버렸다. 

두 번째 기타도 허무하기는 마찬가지. 기타와의 인연은 결혼하고 나서 잠깐 이어진다. 오래전부터 기타를 갖고 싶었다는 남편을 위해 결혼하고 첫 생일 선물로 기타를 선물을 하기로 했다. 기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우린 세운상가에 가서 상인의 말솜씨에 현혹돼 제법 값나가는 것으로 어렵게 골랐다. 세상 다 가진 듯 어깨에 둘러매고 집에 돌아온 남편은 너무나 기뻐하며 애지중지 만지고 닦고 하기를 며칠, 몇 번 튕기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기타가 집에 있는지도 모르게 몇 년이 흘렀다. 

이사를 위해 짐정리를 하다 베란다 뒤편,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물체를 발견했다. 넥(기타 목) 부분이 완전히 꺾인 기타는 제 형체를 유지하지도 못하고 줄은 이미 녹이 슬고 얼크러져 있었다. 어이없고 화가 나 남편에게 못을 박았다. 
“다시는 기타 산다고 나한테 말하지 마!”

두 번째 기타가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지고 또다시 몇 년이 흘렀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갑자기 기타를 사달란다. 학교 방과후교실에서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어차피 하다가 금방 싫증날 것, 인터넷으로 가장 저렴한 것으로 사줬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했던가. 아이는 줄이 잘 안 맞는다거나 소리가 좋지 않은 것 같다는 둥 불만을 쏟아냈지만 저러다 말겠지 싶어 못들은 체 무시했다. 

그런데 큰 아이는 기타에 재미를 붙였고 열심히 돈을 모아 제 딴에는 거금 30만원으로 새 기타까지 장만했다. 세상에서 제일 귀한 물건 만지듯 애지중지 습도를 조절하고 연습하지 않을 때는 줄을 풀어 놓는 등 온갖 부지런을 떨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자 큰 아이가 서럽게 울고 있었다. 
“엄마! 어떡해! 내 기타가 부러졌어! 어떡해요! 엉엉!”

그 모습이 어이없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괜찮다고 수리할 수 있다고 달랬다. 다행히 구입한 곳에서 기타는 새 것처럼 수리가 되어 돌아왔다. 기타 목이 부러진 사건 이후 기타는 무조건 거치대에 세우는 것이 불문율이 되었다. 그 이후로도 아이는 용돈을 모아 조금 더 좋은 기타를 사고, 일렉트릭 기타도 사서 우리집 기타 숫자는 점점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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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집에서 열심히 기타를 치자 남편도 덩달아 같이 튕기곤 했다. 새 기타를 사지는 못하고 큰아이가 치던 헌 기타가 남편 자치다. 이제는 작은아이까지 합류했다. 학생은 무조건 공부만 열심히 해야 된다고 말씀하시던 아버지로 인해 학창시절 난 악기를 접하지 못했다. 이참에 나도 기타를 한번 배워봐? 의욕에 불타 시도를 해봤지만 손가락도 아프고 악보도 볼 줄 모르니 포기. 옆에서 지켜보던 작은 아이가 한 마디 거들었다. 
“엄마! 기타는 무리인 것 같고 우쿨렐레를 배우세요. 훨씬 쉽고 재미있어요.”
“그래? 그럼, 우쿨렐레로 정했어!”

그렇게 난 우쿨렐레라는 악기를 접하게 됐다. 구입한 초기에 유튜브 영상을 보며 혼자 연습하기를 몇 번, 아주 쉬운 곡은 시도해볼 수 있게 되었다.   
그 무렵 아버지가 집에 오셨을 때 세 부자가 기타를 치고 난 옆에서 우쿨렐레로 반주만 조금씩 맞추며 합주를 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던 아버지는 “잘했다”라고 딱 한 마디 하셨다. 잘한다가 아니라 잘했다고 말씀하셨다. 그 의미가 뭔지 여쭤보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악기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나에게 하신 말씀으로 내 멋대로 받아들였다.

큰 아이는 예전처럼 자주는 아니지만 아직 기타를 친다. 힘든 고등학교 시절을 지나 대학에 다니다 지금은 군대에 있지만 휴가 나오면 가끔 연주를 한다. 큰 아이가 기타라는 악기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 감사하다. 가끔 아이들이 묻는다. 
“엄마! 우쿨렐레 연습 안 하세요?” 들을 때마다 찔린다. 구입 초기 몇 번 연습하고는 던져둔 우쿨렐레가 오늘도 거실 구석에 먼지 쌓인 채 누워있다. 오며가며 째려보곤 한다. 
조금만 기다려. 언젠간 널 다정히 다시 품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