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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
[스케치여행] 트레비 분수 Trevi Fountain

동전을 던지며 ‘꼭 다시 오게 해주세요’

트레비 분수 스케치

산뜻한 단발머리, 하얀 블라우스에 예쁜 스카프. 아이 같이 들뜬 표정에 가벼운 발걸음. <로마의 휴일>을 본 사람이라면 오드리 헵번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하나 바로 여기, 로마를 사랑하게 된다.

답답한 궁을 빠져 나온 앤 공주(오드리 헵번 분)가 로마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특종을 찾던 브래들리(그레고리 펙 분)가 숨어서 그녀를 지켜봤던 곳. 바로 트레비 분수다. 트레비 분수는 조각가 잔 베르니니가 디자인하고 N.살비가 설계한 작품으로 무려 30년에 걸쳐 완성됐다. 뒤쪽에 건물처럼 보이는 거대 조각상은 개선문을 본뜬 벽화이다. 그 앞에 반인반수의 트리톤이 이끄는 전차 위에 해신 넵투누스가 거대한 조개를 밟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좁은 골목이 끝나자마자 보였던 거대한 분수의 위상에 놀라는 것도 잠시, 새하얀 대리석으로 만든 섬세한 조각상은 마치 살아서 움직일 듯이 햇빛에 반짝거린다. 근육질 하나하나 섬세하게 조각한 예술가들의 혼을 담아내고자 나 역시 장장 10시간을 들여 스케치를 완성했다.

오드리 헵번이 스페인광장에 앉아 먹었던 이탈리아 아이스크림(젤라또)은 트레비분수 앞이 제일이라는 소문은 확실히 맞았다. 찰지고 과일 맛이 듬뿍 나는 아이스크림콘을 먹으며 분수 앞에 서 있노라니 나도 헵번이 된 것 마냥 설렌다.

트레비분수에 동전을 던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 때문에 분수 안에는 세계 각국의 동전들이 가득 쌓여 있다. 나도 뒤로 돌아 동전 하나를 던지고 속으로 소원을 빈다. ‘꼭, 다시 로마에 오게 해주세요.’

그림, 글 | 배은정
배은정 님은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으며 여행지에서 그림을 그리는 게 취미입니다. 사진보다 그림으로 아름다운 순간을 남기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